지난 여름 분원리 라이딩 도중 낙차를 하여 광대뼈와 팔꿈치 골절 부상을 입었습니다. 긴 시간 동안 치료와 재활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이와 같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지, 설령 사고가 나더라도 사전에 부상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1. 사고 경위 2. 사고 원인 3. 사고 예방 4. 부상과 치료
1. 사고 경위 분원리 라이딩을 수십 번을 해본 것은 아니지만, 수 차례 단체 라이딩을 하였고 몇 차례 정도 혼자 다녀와 본 적도 있어 코스에는 익숙한 편이었습니다. 어느 부분에서 업, 다운이 있고 커브가 어떻게 등장하는지, 속도를 낼 수 있는 구간과 위험한 구간 등 스스로 위험 정도에 대해 인지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날 분원리 낙타등 진입 전에 충분한 휴식과 영양 보급을 했으며, 낙타등 라이딩도 몸에 극한의 무리가 가지는 않게끔 하였습니다. 제법 힘든 정도로는 탔지만, 숨차는 것과 심박에는 약간의 여유를 둘 정도로 라이딩을 했습니다.
사고가 난 곳은 낙타등 구간이 다 끝나고 홍가네 슈퍼쪽으로 가는 마지막 내리막길 구간이었습니다. 낙타등 마무리 구간의 “양평군 입니다”라고 적힌 돌기둥, 양평군 진입표시 부근 업힐을 지나 계속 이어지는 다운 구간입니다. 돌기둥 지난 후에 약간의 좌, 우, 좌 커브가 등장하는데 그 지점에서 낙차를 하였습니다. 
돌기둥 지난 후 내리막길을 진입할 때 속도는 40km/h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급한 커브가 아니었기 때문에 40을 유지하였으며 이 이상으로 속도를 올릴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브레이크에 주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사고가 난 지점이 내리막이 조금 더 심해 지면서 좌측으로 커브를 크게 도는 구간인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속도를 올리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지점에서 자전거가 통제를 잃고 속도가 47km/h 까지 올라가면서 커브 라인을 이탈하였고 이후 속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으나 겨우 40km/h 정도로 줄였고, 낙차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40km/h 정도의 속도에서 구르면서 부상을 입게 되었습니다.

사고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분원리 낙타등의 마무리를 알리는 양평군 진입표시 돌기둥입니다. 이 지점에서 홍가네 슈퍼에 다 왔다는 생각에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이어지는 내리막길에서 아차하면 과속하여 낙차 하기가 쉽습니다. 돌기둥 지나면 호흡을 가다듬고 방심하지 않으며 다운힐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사고가 난 지점 직전입니다. 보통의 경우 별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위의 급커브 화살표 부분의 좌회전부터 경사가 조금 더 가파르게 되는데, 과속으로 밀려나 낙차를 할 경우 급커브 표지판 옆 펜스나 모랫바닥에 구르게 됩니다.
제 경우는 이 지점에서 자전거가 통제불능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1) 좌측으로 커브를 돌려고 자전거를 눕히는데 눕혀 지지가 않았습니다. 평소 커브 돌듯이 자연스럽게 자전거를 눕히는데, 이게 똑바로 서진 채로 눕혀 지지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양쪽 브레이크를 얼른 부드럽게 잡습니다.
2) 브레이크를 살짝 잡자마자 뒷바퀴가 슬립이 일어납니다.

자전거가 통제불능에 빠진 채로 커브 라인을 한참 벗어나 좌회전을 하게 됩니다. 이 지점에서 자전거가 우측 흰색 차선을 대각선으로 질러 들어가 그대로 부딪히려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짧은 순간에 이대로 부딪히면 다리가 부러지든, 이건 대형사고…죽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뿐이었고, 차라리 자전거를 강제로 틀어 굴러 버리자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래서 몸을 틀어 자전거를 강제로 왼쪽으로 젖히고 그대로 진행방향으로 굴렀습니다. 자전거를 탄 채로 몸과 자전거가 우측으로 한 두 바퀴 구른 것 같습니다. 이 때도 오로지 생각한 것은 어설프게 손으로 바닥을 집으면 쇄골이 나간다는 두려움이었고 구르는 순간까지는 핸들에서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낙차를 하면서 거의 날아가듯이 굴렀고, 바닥에 드러누웠습니다. 오른쪽 팔 전체가 충격으로 통증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었고, 바로 골절임을 직감했습니다. 오른쪽 얼굴에 상처가 있었는데 별로 통증은 느껴 지지가 않았습니다. 사실 이 때까지만 해도 광대뼈 골절은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이후 같이 라이딩을 하던 동부방 선배님들의 도움으로 구급차를 타고 병원을 오게 되었습니다. (그 때 같이 라이딩 하셨던 분들, 도움 주셨던 분들 모두 정말 감사합니다.)
2. 사고 원인
1) 코너링 미숙 제 경우 자전거 경험이 풍부한 편이 아니라, 코너링과 제동에 대해 이해가 떨어지는 편입니다. 최근에서야 코너링과 제동에 대한 이론을 접하긴 했지만, 아직 잘 이해가 가지는 않습니다.
이론에 따르면 고속 코너링에서는 무게중심 이동이 더 어렵다고 합니다. 고속 주행 시에는 바퀴의 자이로효과가 커져 자전거가 잘 눕지 않으며, 또한 코너링 도중 앞브레이크 조작으로 인해 자전거가 바로 설 수도 있다고 합니다.
40km/h 정도의 코너 진입 속도가 프로 선수들과 비교하면 고속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초보 동호인의 입장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속도일 것입니다. 제일 안전한 것은 충분히 감속을 하면서 다운힐을 주행하는 것입니다.
점점 라이딩을 하다 보면 어느 정도의 속도는 통제가 된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우 이 정도의 속도에서 코너링을 하기에는 코너링에 대한 이해와 경험, 기술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라이딩에 있어, 특히 다운힐에 있어 속도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은 치명적인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2) 제동 미숙 1차적으로 자전거가 통제가 되지 않음을 파악한 즉시 최대한 브레이킹을 했으면 사고를 피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브레이킹을 하면서 뒷바퀴 슬립이 일어났는데, 다운힐이다보니 무게중심이 앞쪽으로 쏠려있는 상태에서 뒷바퀴 브레이크를 앞바퀴에 비해 상대적으로 과도하게 잡았을 수 있습니다. 당황하지 않고 엉덩이, 몸을 안장 뒤쪽으로 빼면서 앞브레이크 위주로 제동을 했다면 부상을 최소화 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 사고 예방
자전거를 타면서 사고는 다양한 형태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중 코너링, 다운힐, 다운힐 코너링은 충분한 이해와 경험만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경험과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는 최대한 저속으로 안전하게 코너링과 다운힐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차츰 반복적으로 코너링과 다운힐을 하면서 다양한 시도도 해보고, 속도도 조절해보는 연습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 라이딩을 많이 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충분히 경험을 한 분들께 물어 보며 배우는 것도 중요할 것입니다.
4. 부상과 치료
사고 후 겉으로 보았을 때는 팔, 얼굴, 어깨, 다리의 타박상이 전부였습니다. 팔은 통증이 심해 움직일 수가 없어 골절일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실려 오면서 콧물이 나오는 것 같아 코를 잠시 풀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상처가 있던 오른쪽 얼굴 부분이 탱탱 부어 오르는 것입니다. 마치 심하게 맞은 권투 선수 같았습니다.

1) 요골두 골절 응급실에 도착 후 CT, X레이 판독을 해보니 팔 부위는 요골두 골절로 큰 골절은 아니었습니다. 위의 그림에서 Radial Head라고 적힌 부분에 살짝 균열이 갔습니다. 이 부분은 별다른 수술 없이 깁스 3주를 하게 되었습니다.
부상 후 하루, 이틀은 근육통 때문에 팔 전체가 욱신거렸지만 며칠 지나니 아무 통증도 없었습니다. 다만 깁스를 풀고 나니 문제가 시작되었습니다.
깁스를 풀고 팔을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굽혔다, 폈다 재활운동을 합니다. 고작 3주 깁스했을 뿐인데 팔이 전혀 구부러지지도, 펴지지도 않습니다.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팔꿈치 부분 관절이 쉽게 굳고, 굳으면 잘 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1주일만 깁스를 해도 굳는다고 합니다. 재활 자체도 통증이 제법 되지만, 펴지지 않는 본인의 팔을 보면서 심리적으로 괴롭습니다.
저는 팔 부위 골절이 가벼운 편이라 수술이 없었지만, 골절이 심할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철핀(plate)를 심어야 하는데, 이 경우는 수술이 필요합니다. 팔 골절로 인해 수술을 하게 되면 전신 마취 수술을 하게 됩니다. 또한 팔 부위 골절에 핀을 심는 수술을 할 경우 재활 과정도 오래 걸리고, 추후 핀 제거 수술도 해야 합니다. (핀 제거 수술 역시 전신 마취를 합니다.)
2) 광대뼈 골절 – 관골 골절, 삼각 골절 CT 촬영을 해보니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큰 골절이 있었습니다. 바로 광대뼈 골절입니다. 광대뼈 부위는 뼈 자체가 두껍고 단단해서 웬만한 충격이 아니면 뼈 자체가 골절이 일어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대신 뼈가 연결되어 있는 부분이 쉽게 골절된다고 합니다. 광대뼈(관골)은 얼굴의 다른 뼈 부분과 전두돌기, 상악돌기, 측두돌기라는 부분이 붙어 있는데 ‘삼발이’ 격인 이 돌기가 자주 골절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광대뼈 골절을 삼각 골절이라고도 한다고 합니다.
아주 가벼운 골절이면 보존 치료를 하지만 많은 경우 광대뼈 돌기가 부러지면서 광대뼈 자체가 회전하여 위치가 변형된다고 합니다. 약간만 위치가 벗어나더라도 이를 바로 잡아 주기 위해 수술이 필요하게 됩니다.
제 경우도 광대뼈가 이어져 있는 세 돌기가 모두 부러져 수술이 필요했습니다. 이를 바로 잡으려면 결국 철판(plate)를 뼈에 덧대야 합니다. 가만히 놔둬서는 위치가 고정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수술은 부상 당일에 하거나 붓기가 있을 경우 1주일 정도 가라앉힌 뒤 하게 됩니다. 제 경우 바보 같이 코를 풀어서, 얼굴이 팽팽하게 부었기 때문에 일주일을 기다렸습니다. 수술은 전신 마취 수술이며, 수술 후 입원은 1주일 가량하게 됩니다. 이후 어느 정도 골절이 치료 되는데 3개월이 걸리며, 완전히 뼈가 붙기까지는 6개월을 본다고 합니다.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를 듣고 나니 너무 허탈했습니다. 헬멧을 썼는데 왜 광대뼈가 다쳤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헬멧의 상태를 나중에 살펴보니 헬멧부터 바닥에 부딪힌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생각 해보니 자전거 타면서 쓰는 보통의 헬멧은 두상 보호용이지 안면 보호용은 아닌 것이었습니다. 사고 당시 턱을 좀더 당겼거나 얼굴을 몸 쪽으로 좀 더 파묻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또 한가지로 고글이 추가 원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낙차 당시 충격에 의해 고글이 튀어 나가지 않고 그대로 얼굴에 착용되어 있는 채로 바닥에 부딪혀 광대뼈에 충격이 가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수술은 정형외과가 아닌 성형외과에서 하게 됩니다. 미용 목적의 성형외과 시술은 보험이 적용되지 않지만, 외상으로 인한 본 수술 및 치료는 모두 의료보험 적용이 가능했습니다. 성형외과 수술인지라 겉으로 흉터가 안 남도록 수술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얼굴 겉을 절개하는 것이 아니라 입안과 눈썹 안쪽을 통해 수술이 진행됩니다.
부상 후 살살 만지더라도 큰 통증을 느끼지 못했습니다만, 수술 후 마취가 풀릴 때 지옥을 경험하게 됩니다. 제가 엄살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동안 다른 큰 수술을 몇 번 해봤지만 이번 수술의 통증은 다른 것에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수술 후 회복실에서 진통제를 계속 요청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병실로 와서도 상당한 양의 진통제와 항생제를 맞게 됩니다. 수술 후 첫날밤이 많이 힘들고 점차 나아지게 됩니다.
광대뼈 수술의 겉으로 드러난 절개 부위는 눈과 입안이지만, 실제로는 얼굴 피부를 다 건드린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수술 후 한 달이 지나도 상처 부위가 제법 아픕니다.
눈과 입안을 절개 했기 때문에 한쪽 눈을 뜨기가 힘들고, 간호사 분께서 지속적으로 소독을 해줍니다. 그리고 식사에 상당한 제한이 있습니다. 입원 기간 동안 특식으로 나오는 ‘미음’만 먹게 됩니다. 이조차도 숟가락을 입에 넣기가 불편해 먹기가 쉽지 않습니다. 퇴원 후에도 1~2주 간은 ‘미음’과 같은 음식만 먹을 수 있는데, 건더기가 없는 미음만 먹을 수 있습니다. 그 이후에는 조금씩 일반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광대뼈 골절은 몇 가지 후유증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입이 잘 안 벌어진다든가, 치아의 감각이 이상할 수도 있습니다. 제 경우 둘 다 겪고 있지만 점차 나아지고 있습니다.
이상으로 도싸 회원분들께서 안전 라이딩을 하시는데 도움이 되셨으면 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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